첫 퇴사

인생의 1/5를 태운 첫 회사를 떠나는 이야기

2025년 06월 01일  |   Read time: 33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퇴사를 했다.

2020년 10월 5일에 입사해서 2025년 5월 23일까지 일했다. ( 4년 8개월 정도 일한 셈이다. ) 퇴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크다. 첫 직장, 첫 월급, 그리고 첫 퇴사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flex는 PE로서 성장하기 위한 대학교나 다름없었다. 입사 이후로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연들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근거 있는 퇴사를 하고 싶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성장, 애정, 불편한 사람, 그리고 지루함. 하지만 무엇보다도, 톱니처럼 돌아가는 인생에 큰 이벤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감정적으로 홧김에 퇴사해야지! 하고 결정 내린 것 같아서 현실과 타협한 이성적인 결론을 만들어서 나 자신을 설득했다.

  • 내가 이 회사를 떠나면 어떤 경험을 얻을까?
    •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이 회사를 떠나면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포기하기 싫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 내가 이 회사를 떠나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까?
    • 좋은 동료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잘 모르겠다..
  • 내가 이 회사를 떠나는 게 현실적으로 옳을까?
    • 현실적으로만 따지면 지금 퇴사하는 건 멍청한 결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을 돌릴 방법을 모르겠다.
  • 이직하고 싶은 회사는 정의로운가?
    • 아닐 거다. 기업은 돈이 얽힌 문제 앞에선 끝없이 추악해진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고민을 했다. , 커리어( 회사 네임 벨류 ), 인간관계,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까지.
근데 다 필요 없고 결국에 감정이 이성을 이기게 되더라.

어쩌다가 퇴사를 결정했는지 이야기해보자.

지루했다.

나는 flex에서 팀( squad )을 많이 옮겼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조직개편이 잦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2024년 1월에 급여를 다루는 payroll squad로 발령되었다. 급여정산연말정산 제품을 담당하는 팀이었다.

payroll squad는 회사의 핵심 비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flex 앱 중 가장 오래된 만큼 안정적이고 기능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유지보수 비용이 크고 기술 부채도 있다. 그럼에도 payroll squad는 회사의 핵심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급여 관련 법률과 규정을 이해하면서 도메인 지식 학습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노련한 팀원들에게서 다양한 역량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제품을 만들어가는 flex에서 payroll squad의 업무 템포는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제품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점은 이해했지만, 내가 다른 팀에서 경험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나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품을 빠르게 PoC를 진행하고 검증하는 것을 선호한다.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은 flex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새로운 환경 적응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금의 방식이 flex와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변화를 시도해봤다. 예전처럼 모두가 몰입해서 달리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었다. 1:1 피드백보다는 모두가 함께하는 회의에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전달력 부족인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시도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 1:1 피드백은 무섭지만 효과적이다.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면 1:1 피드백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

조직 리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수직적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내 열정도 식어버렸다. 결국 나도 환경에 맞춰 기준을 낮추고 안주하게 되었다.

마치 불길이 확 타올라서 숯으로 변해버린 나무처럼 변해버렸다. 사실 숯은 바람만 있으면 불을 다시 피워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에게는 바람을 불어넣어줄 누군가가 없었다. 결국 불이 꺼져버렸다.

어려웠다.

스쿼드의 분위기는 화목하고 따뜻했다. 사실 그래서 일하는 건 편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나서서 공감대를 얻고 그냥 하면 되고, 내가 제시하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밀어주는 팀원들이 많았기에 내가 재미를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내가 잘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 급여는 너무 어렵다.

급여는 법률과 규정이 얽혀있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로직은 BE 개발자들이 구현하고, FE 개발자들은 그 로직을 기반으로 UI를 구성한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PM, PD, PE가 다 같이 아이디에이션하고, 보다 더 사용성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나는 PE로서 쉬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급여 도메인이 너무 어려웠고 그 과정에서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ayroll squad에 처음 왔을 때에는 제품을 만들 때 PE가 아니라 FE개발자로서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

시간이 지나면서 도메인 knowledge가 쌓이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 사실 팀에 리소스가 부족해서 따로 시간을 빼서 제품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못 했었다. 일정은 늘 빡빡했고, 개발할 시간은 늘 부족했다. )

스쿼드 구성원의 도메인 지식 수준이 낮아서 제품에 기여할 수 있던 배경에는 payroll partners가 있다. flex에는 급여전문가가 많이 있다. 그들은 급여 관련 법률과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 스쿼드는 그들인 payroll partners의 도움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편하기만은 않았다.

도메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전문가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 라는 생각에 지배당해 제품을 만들게 되고, 결국 partners 개인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이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스쿼드에선 늘 비슷한 상황을 경계했기에 빠르게 스쿼드만으로 동작 가능한 팀을 만드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제품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굉장히 많았다.
( 일 잘하는 방법을 찾는 논의는 힘들다. 하지만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스쿼드가 하나 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논의는 늘 좋은 경험이었다. )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위처럼 일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주 40시간 중, 20시간 이상이 회의와 논의에 할애되었다. 또한, 제품을 만드는 속도도 느려지기 일쑤였다. 당연히 필요한 과정임에 공감하고 같이 했지만, 나는 제품 개발에 미쳐있고 싶었다.

생존모드?

그리고 2025년 1월에 회사의 운영 방향성이 크게 변했다. 대한민국 경제가 안 좋아짐에 따라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점차 적자가 커졌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제품을 재정비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나갔다.

나는 팀(flex)의 결정에 공감이 잘 안 되었다.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상황임은 이해하지만 내가 경험해온 flex와는 너무나 달랐다. 어리숙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공감한다. 단지 빠르게 성장하던 회사가 갑자기 생존모드로 전환되면서 느낀 감정이었을 뿐이다.

과거 코로나시기에 나라에서 원격근무를 권장하며 여러 회사들이 재택근무제도를 실시할 때, flex는 날개를 달았다. 온라인에서 구성원의 업무일정 파악이 필요했고 혁신적인 제품은 없었다. flex는 hr sass의 선두주자였고 높은 인재밀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 당시 라이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쟁사는 없었다. )

운이 좋게도 나는 그 시기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flex의 문화를 경험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산다. 나는 종종 과거 워타임 경험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과거 워타임과 크게 상반되는 생존모드는 나를 더욱 loose하게 만들었다.

워타임

힘들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다.

신입으로 입사하고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워타임 기간이 있었다. 워타임은 flex에서 처음 들은 말이었는데, 정확히 정의된 문장이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모두가 미친 듯이 일해서 빠르게 hr sass의 game changer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기간이다.

나는 워타임 동안 미친 듯이 일했다. ( 매주 평일 60시간 이상의 근무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 ) 그리고 flex는 출퇴근 타각이 주 52시간 근무를 넘어서면 초과근무 입력이 막힌다. ( 지금 제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

그래서 새벽까지 야근하고 퇴근을 입력할 때, 타각을 누르면 실패 alert와 함께 타각이 막힌다. 뭔가 내가 몰입한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억울했고, 그래서 한동안 타각을 입력하지 않았다.
( 당시에 농담처럼 '플렉스의 시간은 두 배로 흐른다'라고 말했다. 또, 워타임 기간에 몸이 망가져가는 게 느껴져서 PT를 30회 끊었는데, 그중 15회는 시간을 못 맞춰서 못 갔다. )

그럼에도 주주로서 회사에 기여하고 싶었고, 같이 전쟁하는 전우( 워타임 기간의 FE리드가 해준 말인데 인상 깊어서 나도 자주 사용한다. )들과 회사가 대박 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미칠 수 있었다.

당시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동기는 당연히 모두 다 다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을 동기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겠다 싶기도 하다. flex는 입사자에게 무조건 스톡옵션을 부여한다. 그렇기에 모두가 잠재적 주주로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라고 말한다.

신입으로 입사한 나도 스톡옵션을 받았다. 운 좋게 시리즈 A 투자 전에 입사해서 신입치고 좋은 가치를 받았다. ( 당시에는 스톡옵션이 뭔지도 몰라서 걍 추천하는 대로 골랐다. )

그리고 당시 재직 중인 동료들은 아마도 많은 스톡을 제안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업무동기에 스톡옵션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워타임 기간에 동료들이 많이 떠났다. 매일 같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함께 출근하던 동료가 떠나는 것은 굉장히 마음 아팠다. 동료의 퇴사를 처음 겪을 때, 나는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 동료가 떠나는 것은 나에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기업의 사이클을 이해해서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동료의 퇴사는 마음 아프고 디모티베이션을 느낀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 라고 말하고 다닌다. )

씁쓸했다.

나는 재직기간이 길었던 만큼 팀 곳곳에 한두 명씩 좋은 동료 이상으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표현할 때,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회사생활에 있어서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지금도 그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 다들 인생 선배지만 나에게는 친한 친구 같은 사람들이다. )

아직 flex에 재직 중인 동료들도 있고, 퇴사한 동료들도 있다. 퇴사한 동료 중에는 사수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동료도 있었고, 같이 으쌰으쌰 하며 의지했던 동료도 있었다.
내 정신적 지주들이 퇴사할 때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고민이 있을 때 늘 조언을 해주고, 힘들 때 위로를 해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퇴사사유는 보통 씁쓸했다.

퇴사자들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보통 과 관련되거나 성과와 관련된다.

입사할 때 스톡옵션을 부여해주니 모두가 주주이다. 그렇기에 제품에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제품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미안해야 한다. ( 관심병사 신호가 보이면 집중관리 대상이 된다. )

나는 flex에서 성장해왔다 보니 위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 주식이 적더라도 주주이고 회사가 성장하면 이득이 존재할 테니 입사한 시점부터 회사에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위 논리는 입사시점에 구성원이 시간을 대가로 스톡옵션에 투자하는 것이기에, 회사는 최대한 약속한 미래를 공정하게 보장해줘야 한다. 즉, 구성원에게 깊은 신뢰를 주어야 한다. ( 그렇게 해야 하고 그럴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다. )
나에게는 위 신뢰가 깨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어린 나이와 신입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회사를 이용했다. ( 나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잘 이야기했었다. )
불만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다양했다. 직속 리드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구성원과 CEO가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 당시에 나는 잘 몰랐지만 내가 회사 분위기를 흐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떠올리면 너무 맞는 말인데 당시에는 설명 없는 일방적인 피드백이라 그냥 그런 줄 알았다. )

불만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함께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불만이 해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 당시에는 내가 회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나의 정신적 지주들에게 성장하기 위한 방법과 그들의 노하우를 직접 물어가며 배웠고, 그들의 조언을 통해 빠르게 나의 부족한 지점을 발견하고 액션아이템을 만들어 실행했다.

결국에 내가 해왔던 행동들은 나를 디모티베이션 시키는 것의 배제이다. 도움받는 걸 겁내지 않고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인정받는 팀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연차가 높고 나이가 많은 동료들에게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하기보단 그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그들의 경험을 읽었다.

그렇게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의 문화를 듣고, 퇴사하고 다른 기업으로 이직한 동료들에게 flex와 다른 문화들을 듣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회사란 무엇이고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 를 정리할 수 있었다.
( 만약 내가 나의 단편적인 경험만 알았다면 flex는 나에게 무조건 최고의 회사였을 것이다. )

나는 flex가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 물론 최악의 회사도 아니다. )

사실 보상이 적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을 잡는 게 가장 쉽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현금성 보상을 주거나 장기적으로 추가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는 최선을 다해 돈을 아끼는 선택을 한다.

그들은 퇴사 전에 이미 보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들의 불만을 묻어버린다. 그리고 '주주'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 주주로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프레임은 꽤 설득력 있다. )
다만 사람마다 업무 동기가 다르고, 입사 때 약속받은 미래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회사의 논리는 애매하다.

나는 돈을 보고 입사한 게 아니라 퇴사와 연결되는 동기와는 거리가 멀다. ( 물론 돈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난 만족했다.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당연히 불만을 토로한 적은 있다. )

어쩌다가 퇴사를 결정했는지 정리해보자면,

  • 지루함: hr sass 개발이 크게 재미있지 않다. ( 입사할 때는 hr이 뭔지도 몰랐다. )
  • 어려움: 급여 도메인은 어려웠고, 스쿼드에서 제품 개발에만 몰입하기 어려웠다. (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했다. )
  • 생존모드 & 워타임: 워타임 기간 동안 미친 듯이 일했지만, 회사는 그것이 당연했고 이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 워타임에 다 같이 달렸던 과거는 다 잊은 건가? flex는 안주해도 괜찮은 타이밍인가? )
  • 씁쓸함: 좋은 동료들이 퇴사할 때 이야기해주는 다양한 사건 및 사연은 나를 지치게 만들고 회사에 대한 정을 떨어뜨린다. ( 정신적 지주와의 이별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쉽다. )

감정적으로 홧김에 퇴사 결정을 내린 것 같아서 현실과 타협한 이성적인 결론을 만드려고 노력했지만 정리를 해봤는데,,
결국 감정이 이성을 이겼다.

몇 개월 또는 1~2년만 더 투자하면 무조건 회사가 더욱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내가 퇴사시점에 챙기는 스톡옵션이 쏠쏠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B급 인재로 성장해왔으니 이제는 A급 인재가 되어 충분한 보상과 함께 오래오래 다니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A급 인재와 어울리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 하지만 나는 누가 어떻게 했기에 A급 인재라고 불리는지 봐왔다.

내가 돈을 쫓아 flex를 다녔던 게 아니고,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가 사람 앞에서 가면을 쓰는 게 너무 어렵더라. 나는 제너럴리스트로서 1.5인분 하는 거로 충분히 만족한다. ( 1.5인분 이상 했던 사람으로 사람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다. )

그리고 정이 많아서 그런가 A급 인재는 못하겠더라.

후회는 없을 거다.

나는 과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한다. 순간순간을 다시 떠올리고 아쉬워하는 일이 있을 순 있지만 모두 나의 선택이고 내가 적당히 의미부여해서 나를 설득하면 큰 문제가 안 된다.

퇴사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또 다양한 설득들도 있었다. 나와 대화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나의 결정에 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은 쉬고 있다.

저번 주에 퇴사하고 일주일 정도 쉬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회사에 헌신하고 싶어서 (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마무리하고 퇴사했다. 주말에 시간 내서 일하고 야근도 종종 했다. 퇴사하기 전에 휴가 이어서 붙여 쓰고 퇴사해라. 걍 내일부터 쉬어라. 등 다양한 조언을 받았지만, 그냥 더 일하고 싶었다.

쉬는 동안 평일 주말 개념없이 매일매일을 쉬었다. 여자친구랑 같이 여행도 다녀오고, 집에서 푹 쉬기도 했다. ai tool도 더 많이 써보고 mcp도 여럿 연결해서 여자친구를 위한 ai agent도 만들어봤다. 술 약속도 많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하고 나서야 flex에서의 경험을 정리하고 있다. ( 이 글도 그 연장선상이다. )


최근에 일의 격왜 일하는가를 또다시 읽었다. 과거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잃었을 때 읽고 다시 열정을 찾았던 책들이다. ( 이 책들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주변인에게 추천한다. )

나는 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 첫 번째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고 두 번째가 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기준을 행복으로 삼는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으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을 만드려면 내가 노력해야 한다.

나는 단순해서 주변 환경을 바꾸기보단 받아들이는 편이다. 물론 필요하면 내가 바꾸려는 노력을 당연히 하지만 그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최악의 선택은 포기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거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할 거다.

더 이상 힘이 없다면 그 뒤 액션은 간단하다. 서렌 딸깍

나는 나를 위해 노력한다. 줏대 있게 행동하는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의 1/5을 함께하며 정들었던 회사를 떠난다. 다음은 더 빛날 것이다.
( 누군가는 내가 다음 회사에서 2년을 못 다닐 거라고 한다. 나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다. )

bye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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